공무원과 복지부동

정만석(창원총국장)

2019-05-19     정만석
“관료들이 말을 덜 듣는다.”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이 최근 열린 당정청 민생현안회의 시작 전에 나눈 대화가 노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은 방송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채 “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며 공직사회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비판하는 여당과 청와대 핵심 인사의 밀담(?)을 들으면서 공무원들을 기강 잡기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복지부동은 김영삼 정부때 널리 쓰이게 됐다. 야간에 조명탄이 터졌을 때 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엎드려 꼼짝 말라’는 군대구령을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에 비유한 것이다.

▶꼼짝않는 바람에 경쟁에 뒤쳐지는 경우가 많긴 하다. 이 두 사람도 안정과 자기안위에만 열중하는 일부 관료들에 대해 작심비판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운영 책임자들 입에서 ‘우리는 잘하자고 하는데 저들은 뭔가’라는 늬앙스의 인식은 곤란한다.

▶공무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만드는것이 정권의 실력이다. 공직자들의 도움이나 협력없이 거창한 청사진만으로는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출범 4주년 같다’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조직관리시스템 정비부터 하는게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만큼 올라선 데는 공무원들의 소명의식과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정만석(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