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선(윤 호)

2019-05-26     경남일보
생명선(윤 효)

날이 풀리자 아파트 마당에 실금이 또 하나 늘었다.

 
어제는 비까지 내려 더 아프게 드러났다.

풀리지 않는 일 탓이겠으나 심란했다.

손바닥에 자주 눈이 갔다.

내내 뒤숭숭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풀 죽을 일이 아니었다.

실금을 따라 푸른 것들이 일제히 돋아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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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얼었던 아파트 마당에 실금이 하나 더 늘었다, 비 까지 내려서 그 균열이 더 도드라져 보였나 보다, 추위에 웅크렸던 것들이 날씨가 풀리면서 생기는 잔금들, 수축과 팽창의 자연현상이겠지만 그 벌어진 틈바구니 사이로 푸른 싹들이 돋아났다, 끈질긴 생명의 자연과의 교감이다.

생명선은 수상(手相)학적으로 손바닥에 새겨진 명줄이다, 운명이 손바닥에 나타나 있다는 거다. 어쩜 이렇게 사는 것도 팔자일까, 그러나 어수선한 일상도 마음을 뒤집고 보면 그 틈새에서도 푸른 희망이 돋아날 수 있는 것. 삶의 명제는 언제나 절대가 없다, 어느 산법에 대입하느냐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수 있다, 내 작은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언제쯤 푸른 싹이 돋아날까.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