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자연과 함께 걸어온 행복 인생

2019-06-04     백지영

 

“제가 사는 곳이 지리산이고, 그 혜택을 제가 가장 많이 받고 있기에 그래서 더 지리산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환경의 날’을 맞아 산청군 신안면의 한 골짜기에서 만난 최세현(59)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그는 20여 년전 지리산으로 귀농을 택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자녀들은 훌쩍 자라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됐다.

간디 유정란 농장 대표인 그는 지금껏 친환경 농법을 지켜오고 있다. 그가 키우는 800여 마리의 닭은 든든한 그의 재산 1호다.

“원래는 시멘트 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석회석 광산에서 채광하는게 전공인데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귀농을 결심했고 오랜 준비를 거쳐 지리산으로 오게 됐습니다.”

귀농과 동시에 생각해뒀던 친환경 유정란 농장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절대 일에 치이지 말자’, ‘빚 내면 죽는다’는 2가지를 꼭 지키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달걀은 진주를 비롯해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닭의 규모를 늘리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일에 치이게 되고 시설 증축을 하려면 빚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남는 시간에 그는 지리산 공부를 시작해 숲 해설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9년 전부터는 개인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그를 찾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진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각종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그의 보폭도 점차 넓혀졌다. 지리산생명연대의 대표를 맡으면서 지리산 댐 건설과 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에도 앞장섰다.

“20년간 싸워온 지리산댐 건설 문제가 작년에 백지화 결정됐을 때 정말 감격했습니다. 시민 운동도, 환경 운동도 이렇게 이기는 싸움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었지요.”

그는 지리산을 그대로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사회가 점점 산업화될수록 환경은 계속 훼손될테지요. 그 속에 지리산은 그대로 보존한다면 이 원시 그대로의 숲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것입니다.”

최종적인 꿈은 지리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이다. 최 대표는 매달 3번째 토요일이면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산 초록 걸음’이라는 지리산 둘레길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는 “지리산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환경 운동이 지리산 둘레길 걷기”라고 했다.

“걸어보면 깨닫게 됩니다. 댐이나 케이블카가 생기지 않고 지리산이 이대로 유지되면 좋겠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개발 같은 건 필요 없고 지리산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백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