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창사건 등 배상 특별법 제정돼야

2019-06-09     경남일보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거창사건 및 산청·함양사건 관련자와 유족에 대한 피해 배상을 내용으로 한 ‘거창사건 및 산청·함양사건 관련자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의원 11명이 동참한 이 법안은 관련자 및 유족에게 배상금 지급, 의료·생활지원금 지급, 자발적 기탁금품 지원, 추모사업 지원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법안은 정당을 떠나 여야 의원이 함께 발의에 참여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기간인 1951년 2월, 한국군 11사단이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공비에게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이다. 산청과 함양에서 시작돼 거창에서 끝난 사건이므로 ‘산청·함양·거창사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전쟁 당시 군인이 아닌 민간인 희생자의 수는 약 300만 명 정도로 추정하는데, 그 가운데는 미군, 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사람이 적지 않다. 피해 주민들과 그 후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실상이 드러난 사건도 있으니, 거창 양민학살 사건도 그 중 하나다.

거창과 산청·함양사건 관련 법안은 지난 1996년부터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피해자 배상 근거가 없어 이에 대한 입법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후 2004년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심지어 특별조치법 무산 이후 거창사건 유족회와 산청·함양사건 유족회가 갈등을 빚어 오면서 법안 제정에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강석진 의원의 중재로 양 유족회가 합의하면서 배상법 제정에 탄력이 붙게 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명예는 회복돼야 하며, 적절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2004년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무산됐던 우를 또다시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