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대신정공 구재홍 대표 '20년 밥상나눔'

“우리회사 무료급식은 업…사명감으로 계속할 것” 하루 30~40명 ‘식구’ 같은 어르신 꾸준히 찾아와

2019-06-10     강진성
10일 오후 12시 10분 진주시 상평산업단지 대신정공 앞.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우리 할머니들 오시네요.” 창밖을 보고 있던 구재홍(63) 대신정공 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식당으로 나선다. 구 대표는 “식사 많이 하시라”며 어르신을 맞았다.

농기계·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대신정공은 20년째 지역 독거노인에게 매일 무료로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 매주 월~금 5일간 무료급식을 했으니 지금까지 어림잡아 5000일 가량 식사를 나눠 준 셈이다.

구 대표는 IMF 이후 지역에 좋은 일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이왕 기업들이 잘하지 않는 일을 할 셈이었다. 마침 점심시간 동네 공원에 어르신들이 앉아 있는 것을 목격했다. 돈이 없어 식사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길로 어른들을 모셔야 식사를 대접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사례로 알려진 대신정공의 매일 독거노인 무료급식 봉사가 그렇게 시작됐다.

시작 초기 주위에서 ‘미쳤다’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하다가 그만둘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1년에 한두 번 봉사하고 생색내는 기업이 천지다. 구 대표는 그런 비아냥에대해 “남을 돕는 일은 한결같아야 한다”며 뚝심으로 이겨냈다.

무료급식에는 주로 공장 근처 상대동, 하대동, 상평동 노인들이 찾는다. 식사를 하던 한 할머니는 “먼 곳에서 밥 먹으러 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많을 때는 하루에 100명이 식당을 찾았다. 지금은 30~40명이 꾸준히 방문한다.

40대 중반에 무료급식을 시작한 구 대표는 이제 60대 중반이 됐다. 그는 “요즘은 나이 든 부모는 자식이 있어도 따뜻한 밥한 끼 대접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해서 시작했다. 지금 나이가 들고 뒤돌아보니 이 일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식사배식은 직원들이 돌아가며 한다. 효를 실천하자는 취지다. 어른들이 자식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은 영리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도 업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구 대표는 “우리회사의 무료급식은 업(業)이다. 회사가 없어지면 우리 할머니들 식사 못한다. 그렇다보니 나에게도 직원들도 회사가 존속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이 일은 계속돼야한다. 자식이 회사를 물려받던, 전문경영인이 맡던 중단돼선 안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회사를 찾는 어르신들을 ‘식구’로 표현했다. 매일 오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걱정부터 된다.

구 대표는 “사람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남에게 베푸는 일이다. 돈이 있고 없고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남에게 돈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또 “우리회사가 여유가 있어서 무료급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지역사회에 봉사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도 지역기업의 존재 가치를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우리회사의 봉사는 남이 알아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를 통해 다른 기업도 지역사회에 베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