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시각] 시민수사대와 양심

2019-06-13     정희성
정희성기자

 

지난달 13일 진주시청 2층 시민홀은 녹색 조끼를 입은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쓰레기 불법투기 예방과 단속을 책임질 ‘시민수사대 대원’들이다. 조규일 시장은 이날 발대식에서 대원들에게 활동조끼를 입혀주며 격려했다.

대원들은 발대식을 마치고 거주지 읍면동 공무원과 함께 당일 불법투기 야간단속 활동에 참여했다.

시는 전국 최초로 시민수사대를 만들었다고 홍보했다. 깨끗한 진주를 위해 시민수사대를 응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쓰레기 투기가 많으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공무원에게 “쓰레기 불법투기가 많냐”고 묻자 “장난이 아니다. 내가 00동주민센터에 있을 때 하루종일 단속하러 다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는 “불법투기에 대해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타 지자체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진주시는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가 심각하다.

몇 년 전 동주민센터에서 내건 플래카드가 문득 생각났다. 플래카드에는 ‘당신의 양심과 함께 버린 불법쓰레기 너도 쓰레기다’라고 적혀 있었다.

“속이 시원하다”라는 의견과 “너무 나갔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논란속에 얼마 뒤 플래카드는 철거됐다. “내용이 심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외진 곳, 밤이 되면 진주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얼마전 산책을 하면서 동네 인근 주택가에 있는 공터를 보니 신발부터 가전제품, 빈병 등 쓰레기장이 됐다.

시에 따르면 쓰레기 불법투기 적발건수는 2015년 142건에서 2016년 174건, 2017년에는 245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330건이 적발됐다. 단속 강화에도 쓰레기 불법투기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시민 모두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를 희망하지만 실천하는 열의는 부족하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준법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양심을 버리지 말자.

정희성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