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未亡人,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

2019-06-20     백지영

아닐 미(未), 죽을 망(亡), 사람 인(人). 남편이 죽었으니 따라 죽어야 하는데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미망인’은 중국 고대 순장 제도를 배경으로 한다. ‘춘추좌씨전’의 구절에서 유래한 단어로, 남편을 여읜 여성이 자신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뜻을 알면 도저히 쓸 수 없는 말이지만 일상 대화는 물론 공적인 행사, 심지어는 법령에까지 버젓이 쓰이고 있다.

봉건적이고 성차별적인 호칭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국립국어원은 2017년 12월 3일 ‘미망인’의 뜻을 ‘남편을 여읜 여자’로 수정했다. 원뜻은 각주로 옮기고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보훈의 달인 6월, 각종 단체가 국가기관과 손을 잡고 보훈 대상을 수상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대부분 장한 용사, 장한 아내, 장한 유족과 더불어 ‘장한 미망인’에게 시상을 한다. 취지야 알겠지만 남편을 따라 죽지 못했다는 단어를 장하다고 수식하니 영 어색하다.

1963년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미망인회가 설립됐다. 단체명을 지을 때 차별적인 뜻을 품고 있는 단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인지, 혹은 당사자들의 모임이기에 우리끼리는 이렇게 불러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주최 기관들은 이 단체명을 핑계로 삼고 있다. 두드러지는 대체 단어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대고 있다. 법률에 의해 설립된 단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겠지만 수상 명칭 변경은 인식과 노력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미망인회는 홈페이지에서 ‘전몰·순직군경의 처’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상 이름을 ‘장한 전물순직군경 아내 상’이라고 바꾸면 글자수가 긴 탓에 비효율적이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장한’ 그 분들이 차별적 용어 속에 갇히진 않을 것이다.

백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