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렬 영남권 국가 트라우마센터 센터장

“중증 정신질환자 국가 관리 시급”

2019-06-23     백지영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를 국가가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영렬(58) 국립부곡병원 원장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이 원장은 지난 4월 진주 방화·살인 참사가 발생 직후 해당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2008년부터 재난 심리지원에 힘을 쏟고 있는 이 분야 선두 주자다. 지난달 21일 국립부곡병원 내에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설치됨에 따라 센터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이 원장은 “전국 중증정신질환자 50만 명 중 13만 명만 어디선가 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그들 모두가 안인득 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이런 정보는 분명히 공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현행 한국의 정신질환자 관리에 대해 사실상 국가는 배제된 ‘가족 책임제’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범인 안인득의 정신병약 복용 임의 중단을 들었다.

이 원장은 “안인득처럼 과거 전력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치료를 본인 자유로 두면 절대 안 된다”며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시너 통을 들고 버스에 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입원 치료가 힘들다면 약물 복용이라도 꾸준히 시켜야 한다고 했다. 안인득처럼 몸이 아파서 약을 먹기 싫다고 한다면 부작용이 없는 약으로 변경해볼 수도 있고, 최근 타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한 것처럼 한번 주사를 맞으면 1달 정도는 효과가 있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투여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일선 의료진들이 이런 사항들을 정부에 건의했음에도 지금껏 도입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그나마 반복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는 사람에 대한 정보만이라도 경찰 차원에서 공유하자는 안이 나왔는데 법조계와 인권단체에서 다 반대하니 답답하다. 너무 현실을 모른다”고 토로했다.

국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로 메르스 사태를 꼽았다. 국가의 통제로 더 큰 사태를 막았기 때문이다.

전염성 질환의 경우 강제로 그 사람의 정보 중 일부를 다중의 이익을 위해 공유·사용할 수 있기에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정신 질환자 관리도 그런 측면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이번 진주 참사와 관련해 경찰 11명이 감찰 대상이 됐지만 그들만 책임진다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