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꿈이었을까

2019-06-27     경남일보
 



6·25 한국전쟁 때 겨우 두 남매만 살렸다고

평생 눈물로 허리 휘셨던 할머니

불현듯 내 앞에서 열두 남매 모두 살려내어

옹기종기 한 무릎에 앉혀놓고 얼굴 가득 합죽 웃음

-석당 김승기(시인)



6월은 나라 위해 목숨을 희생한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한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로, 특히 6·25한국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눈 뼈아픈 역사이며 그로인해 수많은 가족을 비통 속에 보낸 참극이라 할 수 있다.

즈음하여, 꿈을 꾸듯 만나게 되는 한 여인의 비애가 사진과 4행의 시적언어를 통해 당시의 현실을 되살려 준다. 살아도 사는 목숨이 아니었을 것이며 그 누구도 저이의 저린 고통을 어루만져주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시인은 한국전쟁 69주년에 이르러서 디카시로 말미암아 독자들에게 짧지만 긴 서사를 던져 보는 것이다. 이끼를 껴입은 늙은 나무의 응어리 진 가슴팍에 열두 목숨을 환생시켜 웃음 짓는 할머니를 추억함과 동시에 후손으로서 진정한 위로를 건네 보는 것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