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문화유산 함양 남계서원에 경남정신 담아내야

2019-07-07     경남일보
함양 남계서원이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양산 통도사(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이어 경남에서 세번째로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6일 서원 9곳을 묶은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한국의 서원’에 포함된 9곳은 함양 남계서원을 비롯하여 영주 소수서원과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을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하는 한국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이자, 성리학 개념이 한국 여건에 맞게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영주 소수서원에 이어 1552년 한국에서 두번째로 건립된 함양 남계서원은 일두 정여창(1450~1504)을 주배향한다. 정여창은 중앙관료인 훈구세력에 맞서 성리학에 기반한 정치활동을 했다. 특히 남계서원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경남의 의병활동을 주도한 근거지였으며 19세기까지 훼철되지 않은 경남유일의 서원이다.

조선 말 서원은 그 설립정신을 잃고 당쟁과 붕당정치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원을 구시대 유물쯤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열한 논쟁을 통해 공론을 도출한 서원은 대립과 갈등의 현 시대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다. 한국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는 우리가 폄훼한 가치에 대해 세계인들이 ‘탁월한 보편성’을 인증한 깨우침이다.

경남은 서원 114곳, 향교 27곳, 서당 13곳 등이 산재한 선비정신과 유교문화의 보고다. 그 역사적 사상적 전통은 임란 의병에서 진주 농민항쟁, 파리장서, 3·15 의거와 부마항쟁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시대정신을 관통하고 있다.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선현의 지혜를 오늘의 문제의식으로 녹여내 미래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남정신을 굳건히 세우고 경남의 선비·유교문화를 체계화·대중화·세계화해야 한다. ‘오래된 미래’ 인 서원에 역사성과 접목한 오늘의 시대정신을 담아낼 때 경남의 교육·문화·관광콘텐츠는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