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떨림에 대하여(최기순 시인)

2019-07-07     경남일보
새 한 마리 날아간 자리에 파르르 진동이 인다

그것은 슬픔에 대처하는 나무의 표현법

미세하게 오래 손끝을 떠는 방식으로 상황을 견딘다는 점에서

나와 나무의 유전자는 유사하다



나무는 그 진동에 기대어 얼마나 많은 새들을 날려 보내는지

가까스로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깊은 수맥 쪽으로 발을 뻗는지

오랜 떨림 끝에 돌아와 수돗물을 틀고 손을 씻는 나는

거뭇한 나뭇가지들의 아침을 이해한다



이해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

다리를 끌며 몇 발짝 옮겨가는 사람을

머뭇거리다가 앞질러 가듯



아직 떨고 있는 나무를 스쳐 지나간다



매 순간을 가누려 소진되는 목숨들

눈을 감으면 전해오는 무수한 진동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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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는 것들로 인해 출렁인 적이 있다, 그것이 오래 간직하고픈 소중한 것일수록 진동이 크다, 머물었던 곳에서 활공하는 새나 보내지 않아도 멀어지는 사람이나 통증은 그것을 견디는 것과 체념은 가락과 음정이 분명히 다르다. 떨림을 가다듬고 다시 수맥 쪽으로 발을 뻗고 일상을 구하는 나무처럼 소소한 아침을 헹구는 시인은 감정의 진폭을 다스리며 헐거운 생을 깁고 있다. 버둥대는 저 가지는 얼마나 많은 새의 발목을 쉬게 하고 또 보냈던가, 나는 떠난 것들로 인해 현악기처럼 공명을 허공에 놓고 무수한 진동을 통증 한다, 낱개의 슬픔들이 저마다의 파문으로 파고든다
 
/주강홍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