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人으로 살아온 길(1)

김경곤(농협 진주시지부장)

2019-07-09     경남일보
농협

농협에 들어와서 30년! 이제 농협인으로 여러 가지 할 이야기도 많지만 그 중 입사초기 신입시절 이해하기 힘들었던 몇 가지 경험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농업에 대한 철학, 농협에 대한 정체성을 크게 가지고 농협에 발을 디뎠는데 순간순간 그 철학과 정체성을 망각한 적이 있었다.

어느 여름 태풍으로 단감이 낙과가 많이 되고 상품가치가 떨어져 시장에 내놓기 어려웠다. 단감 뿐 만 아니라 배도 그랬다. 단감, 배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민들은 시름에 잠겼다. 농민들은 한해 농사로 이것을 팔아 수익금으로 대출이자도 내고 자식들 공부도 시키고 자재비도 갚아야 하는데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농협 경남지역본부에서는 전 농협직원들에게 낙과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했다. 단감, 배 한 박스씩 강제로 맡겼다. 결제를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했다. 농협직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 웃기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단감 낙과 줍기 농촌봉사활동, 앙파, 마늘 수확에 직원들이 동원되어 그 수확한 농산물을 몇일 후에 우리가 사주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농협직원으로서 과일 수확, 낙과 줍기 등에 동원되고,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 팔아주기 등에 동참한 것을 입사 후 몇 년간은 농협인으로서의 본분과 역할을 망각하고 왠지 부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와서 보니 농협인으로 해야 할 일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어야 하는 데, 본분을 망각한 그 때를 회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농협은 일반 금융기관과 다른 협동조합이다. 농협은 대한민국 기업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농업, 농촌발전을 위한 특수기업이며, 농업, 농촌에서 꼭 필요한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농협을 욕하는 사람도 많다. 농협에 와서 큰 소리 치는 사람도 많다. 농민단체에서는 농협정문에 쌀을 적재하고 농협개혁을 외치기도 했다. 모두 농협에 애정이 있어서다. 이런 소리들을 겸허히 듣고 잘 수렴하여 농협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 농협이 혁신을 해야 된다고 본다. 농민뿐 만 아니라 일반 사람도 물 한잔 마시고 차 한 잔 마시며 한더위 땐 더위를 피해서 쉬어가는 곳이 농협이다.

지금 와서 보니 정말 농협인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간다. 농민을 위해서 고객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겠다. 농협인으로 살아온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