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수탈기록이 공직자 ‘귀감’?

김해시 일제 사적조서 자료 “실용 가치있다” 배포 했다 파문 일자 뒤늦게 해명·삭제

2019-07-09     박준언

한·일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해시 공무원이 일제강점기 시절 수탈 내역이 적힌 공문서가 현재 공직자 업무 처리에 ‘귀감’이 되는 내용이 포함돼 실용적 가치가 있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기자들의 지적에 뒤늦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해당 부분을 지웠지만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보도 자료를 신중한 검토 없이 처리하는 김해시의 관리체계에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9일 김해시는 김해시사 편찬 기초자료 조사 중 업적이 뛰어난 인물과 마을의 공적을 기록한 ‘사적(事績)조서’가 발굴됐다고 밝혔다. 이 ‘사적 조서’는 당시 일제가 통치정책에 공이 있는 인물 등에게 표창(表彰)하기위해 작성한 기초 문서다.

1932년에 작성된 이 문서는 32쪽 분량으로 당시 진례면장과 녹산면 녹산리, 진례면 신안근농공제조합, 가락면 식만근농공제조합에 근무하며 일제 정책에 앞장섰던 인물에 대한 공적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생업자금 대부, 이자 납부, 가마니 짜기 독려, 민풍교정 등의 업무수행에 ‘타의 모범’이 되었다는 내용과 교육회, 청년회, 교풍회 금주회 등 친일 조직을 구성해 통치정책을 성실하게 수행한 ‘모범 마을의 업적을 칭찬한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다.

보도 자료는 이 조서가 일제강점기 당시 김해지역 정치, 경제, 행정, 교육 등 통치정책과 실상, 김해 사람들의 식민지 일상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기록물로 희귀성이 높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공직자의 업무처리에 귀감이 되는 내용도 포함돼 직무교육 자료로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가치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도 자료를 작성한 담당자는 “통치정책을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는 점에서 이런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첨부를 했다”며 “좀 과도한 해석이라서 저희가 삭제를 했다”고 해명했다.

또 보도 자료를 결제한 담당 팀장은 “당시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부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표현에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제대로 못 챙긴 것 같다.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