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0세는 어린이입니다

김예진(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2019-07-17     경남일보

얼마 전부터 ‘배스킨라빈스 31’이 내놓은 신제품 아이스크림 ‘핑크스타’의 광고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모델인 ‘엘라 그로스’가 등장한 광고가 성적 코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에는 서 있는 아이스크림과 차오르는 우유 뒤에 이어지는 흩뿌려지는 알갱이들, 쓰러지는 모델과 함께 들리는 즐겨보라는 멘트가 담긴 광고 카피,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묻힌 모델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 모든 것들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성적 코드는 아주 은밀하고 은유적으로 표현되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를 가진 광고는 소비 효과가 크고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이 때문에 많은 광고, 영화, 드라마 등에서 이러한 효과를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적 코드가 들어간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다. 바로 몇 달 전, 내가 들은 대학 수업에서 첫 주에 배웠을 만큼.

그러나 이 광고가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광고 속에 등장하는 모델이 만 10세의 어린아이이기 때문이다. 광고가 처음부터 끝까지 성적 코드가 들어갔음을 모르지 않았을 광고 제작사는 기본적으로 아동이 보호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선을 넘어섰다. 많은 논란이 일고, 고객센터로 거센 항의가 들이닥치자 배스킨라빈스 31은 그제야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또한 어린이 모델 엘라 그로스의 부모, 소속사와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논란이 조금 잦아드는 듯하자 사과문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여아에게 어른이 될 것을 강요한다.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예쁜 소녀의 모습을 보이고 이를 모방하도록 한다. 여아를 어린아이가 아닌 체구가 작은 여성으로 취급한다. 여 아동복 모델은 성인 못지않은 화장을 하고 멍한 표정에 살짝 벌린 입술이 기본이고, 여아 선물은 화장품 세트가 유행이며, 여성 아이돌의 나이는 점점 어려져만 간다. 여아는 아이답게 순수하고 귀여워야하는 동시에 아름답고 애교도 많아 남심을 훔칠 수 있는 여자이어야 한다.

미성년자, 아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번 배스킨라빈스 31 광고를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예쁘기만 한데 뭐가 문제냐’, ‘예민하게 군다’라고 하면서도 만 10세 모델을 성희롱하는 댓글과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2016 강간피해경험(통계청) 통계를 보면 미성년 피해자가 63.1%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소한, 어린이가 작은 성인으로 여겨지는 것보다 그 나이에 걸맞게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