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수박(윤문자)

2019-08-04     경남일보
나는 성질이

둥글둥글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허리가 없는 나는 그래도

줄무늬 비단 옷만 골라 입는다

마음속은 언제나 뜨겁고

붉은 속살은 달콤하지만

책임져 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배꼽을 보여주지 않는다

목말라 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겉모양하고는 다르게

관능적이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오장육부를 다 빼 주고도

살 속에 뼛속에 묻어 두었던

보석까지 내 놓는다

---------------------------------------

덥다, 태양이 제일 멀리 떨어져있는 시기임에도 지구의 기울기로 인해 햇살 받는 시간이 길어 져 더 달구어진다는 게 과학이다. 사랑도 뜨거워지려면 자주 쬐어야하는데 그것은 자연에서 배웠다, 극한 환경을 주고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조건을 주는 조물주의 지혜가 더 빛나는 계절, 수박은 연산군 때 재배한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순수토종은 아니지만 오래 민중과 친숙한 과일이다, 우물 안 두레박에 담겨다가 이제 냉장고 신세를 지는 과육은 겉모양하고는 다르게 목마른 자들의 구원식품이다. 사물을 의인화하여 청량하게 다가와 사랑이 고픈 자들에게 해갈을 주는 한 편의 시, 수박 같은 그런 여자를 붉게 만나고 싶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