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불부(流水不腐)

2019-08-12     경남일보
세상은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힘이 세거나 날개가 있거나, 하다못해 날랜 발이라도 있어야 살아남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강한 것은 남을 부수지만 결국은 제가 먼저 깨지고 만다. 부드러움이라야 오래간다. 어떤 충격도 부드러움의 완충(緩衝) 앞에서 무력해진다.

▶살아남자면 강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남보다 앞서고 남위에 서야 한다. 강한 것을 더 강한 것으로 만드려 들면 결국 둘 다 상한다. 출입을 막아서는 문짝은 비바람에 쉬 썩는다. 문짝을 여닫는 축 역할을 하는 지도리는 오래될수록 반들반들 빛난다.

▶안타깝게도 오직 1등만 살아남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초경쟁사회에서 오직 1등만이 모든 것을 누린다. 한마디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우리는 돈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한 해 몇 만개 정도밖에 안 나온다. 한 해 취업 희망생은 60만 여명이지만 거의가 루저(loser:패배자)가 되는 사회구조이다.

▶“유수불부(流水不腐) 즉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썩지 않으려거든 흘러라. 툭 터진 생각, 변화를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강한 것을 물리치는 힘은 부드럽게 낮추는 데서 나온다. 정치권처럼 하나만 붙들고 고집을 부리기보다 이것저것 다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짧은 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의 그 부작용이 너무 커져버린 것 같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