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사고능력을 키우자

안종훈(인공지능컨설턴트·AI윤리학자·박사)

2019-08-15     경남일보
안종훈

자연현상이나 한 장의 그림이 창의력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 관심과 재능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의 과학기술이나 예술작품, 또는 문학작품의 탄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창조자는 눈으로 들어오는 세상의 현상이나 사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단계 더 깊은 사고를 통해 그 속에서 뭔가를 찾아낸다. 결국 우리의 시각적 사고능력은 인류 문화와 문명 발전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사과의 낙하를 본 뉴턴이 ‘만유인력’을 알아냈고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발견을 좀 더 깊은 사고실험을 통해 ‘특수상대성이론’(1905)과 ‘일반상대성 이론(1915)’을 발표해 ‘우주의 시·공간은 4차원 즉,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형태의 연속체’임을 규명했다.

뉴턴의 이론에 더해 아인슈타인은 더 깊은 사고실험을 해서 ‘시·공간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공간 위에 위치한 질량을 가진 물체에 상호 영향을 끼쳐 공간의 휘어짐’을 제시하였다.

또, 사실과 허구를 결합하는 ‘팩션(fact와 fiction을 결합한 조어)’ 작가로 오세영은 17세기 바로크 시대 미술가인 루벤스가 그린 ‘한복 입은 남자’(1617) 라는 그림을 보고 ‘베니스의 개성상인’ 3부작(1993)을 썼다. 이어 앨고어 미국 부통령이 ‘서울 디지털 포럼 2005’의 기조연설을 듣고 새로운 팩션을 창작하게 된다. 포럼에서 앨 고어는 “서양에서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당시 로마교황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고…, 한국의 디지털 혁명은 인류역사상 두 번째로 획기적이고 혁신적 기술발전에 기여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 하였다.

그 기술이 바로 금속활자로 만들어진 ‘직지심체요절’(1377)이며, 이를 기반으로 오세영의 ‘구텐베르크의 조선’ 3부작(2008)이 나왔다. 최근에는 김진명이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을 재조명하여 ‘직지’를 발표했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두고 새로운 문학작품 창조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시각적 사고능력을 키워야 한다. 아직도 발견하고 창조해낼 수 있는 원리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교육이 우선적으로 그 역할을 추동시켜야 하고, 개인에게는 관심과 상상력이 요구된다. 과학적 발견과 문화의 발전, 문명의 진보는 우리의 시각적 사고능력에서 시작됨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