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비밀 서랍

2019-08-15     경남일보



그 안에 숨겨둔 연두의 기척

봄볕에 내어 놓는 일요일 한낮

-김길녀(시인)



일상적 삶의 이미지를 순간 포착한 후 시적 문장을 결합함으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 디카시다. 자연이나 사물을 깊이 관찰하고자 하는 작가의 끈기로 탄생한 ‘비밀 서랍’은 단 2행의 시적 언어와 함께 그 안 감춰진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에 디카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자기존재를 나타내는 문학적 최상의 통로라 할 수 있겠다.

일요일 한낮을 거닐다 건져 올린 내 안의 연둣빛 비밀 하나. 슬그머니 기척을 알리는 참으로 평화로운 순간이다. 화면 가득한 영상은 ‘그 안’이라는 문자로 압축되어지며 이는 영상 없이는 읽어낼 수 없기 때문에 디카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아름다운 비밀이라면 가끔 꺼내어 매만져보듯 누구에게나 이 같은 비밀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