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서판

2019-08-18     정만석
나만 유독 그런가. 동네 편의점이나 마트를 갈때마다 한번씩 눈살을 찌푸린 일들을 목격한다. 종업원들에게 반말을 툭툭 내던지는 어른들, 익숙지 못한 종업원이 허둥대기라도 하면 무시한듯한 발언을 서슴치 않고 내뱉는다. 그들이 지불한 비용에는 종업원이 수모를 겪어야 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더 당당한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한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른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상대에게는 지나치게 비굴하거나 권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일 간 경제갈등 속에 기업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회사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것도, 일본 화장품회사 DHC도 한국 소비자들을 폄하하거나 자사 방송을 통해 막무가내식 막말을 쏟아낸 것이 화근이 됐다. 부적절한 말이 불러온 결과다.

▶한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으로 이들에 대응하는 것은 단순한 말실수 때문은 아니다. 역사를 왜곡한데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평소 그들의 마음이나 생각들이 그런 수준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옛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인간의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행동거지와 말투, 글쓰기에 그 사람의 됨됨이가 투영되어 있다는 말이다. 요즘 일본의 행동과 말투를 보면 딱 그 수준이다.

정만석 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