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Q正傳과 정신적 승리법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2019-08-19     경남일보
지난 8월 12일 교육부는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중 국어영역은 ‘독서’와 ‘문학’을 기본과목으로 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과목에서 1과목을 선택하게 했다. 이렇게 국어교육에서 ‘문학’을 기본과목으로 삼아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 문학을 통해 인간의 정서를 함양하고 다양한 삶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학을 통해 병든 사회를 고발하고 나은 미래를 지향’ 하려한 문학관을 지녔던 중국의 작가 루쉰(魯迅)과 그의 대표작 ‘아큐정전(阿Q正傳)’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아큐정전’은 1921년 12월 4일부터 1922년 2월 12일까지 베이징의 신문 ‘천바오(晨報)’ 부록판에 주간으로 연재되었던 소설로 정확한 이름도 없는 날품팔이 농민 ‘아큐’를 내세워 당시 중국민족의 허약함을 예리하게 비판했다. 신해혁명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처형되는 ‘아큐’의 운명을 전(傳)의 형식을 빌려 부정확한 현실 인식과 자기기만의 태도, 강자에게 굴종하고 약자에게 으스대며 고통을 전가하는 노예근성을 비판하면서 중국인들에게서 뿌리 뽑아야할 부정적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보잘 것 없고 멸시의 대상인 소설 주인공 ‘아큐’를 존재하게 하는 방법에 ‘정신적 승리법’이 있다. 남에게 실컷 얻어맞은 뒤 자기 뺨을 스스로 몇 대 때린 뒤 ‘자기가 다른 사람을 때린 것 같아······몹시 만족하여 의기양양’ 하는 ‘아큐’는 자기합리화에 근거한 자기만족을 보이기도 하고, “우리 집도 그전에는······네까짓 놈보다는 훨씬 더 잘 살았어!”라고 외치는 근거 없는 우월감에 바탕을 둔 자기기만 의식으로 승리감에 빠져든다. 이는 현실을 왜곡하여 인식할 뿐 문제해결에는 이르지 못함을 작가는 통렬히 지적하고 있다.

근자에 무도한 아베 정권의 폭거에 의한 일본 정부와 일본 상품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반일(反日)을 넘어 극일(克日)로 나아가야할 이 시점에서 ‘평화경제’를 언급하면서 ‘세계경제6강’에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아큐’처럼 ‘정신적 승리법’에 빠져있지는 않은 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