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재검증보다 ‘슬롯’ 해결이 먼저다

박준언기자(창원총국 취재부)

2019-08-21     박준언
박준언기자

국무총리실이 김해신공항 건설안 재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총리실은 21일 부산울산경남과 재검증 반대 입장인 대구경북 관계자들을 불러 재검증 절차 등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구경북의 강한 반대에도 지난 6월 부울경 지자체장들이 요구한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수용한 후속 절차다.

이낙연 총리는 재검증을 통해 국토부의 계획이 맞는지 아니면 부울경 주장처럼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뜻이 담겼다.

2006년 12월 부산북항재개발종합계획 보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신공항 검토 지시 후 10년 넘도록 영남권을 극렬한 대립으로 치닫게 했던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재현될 가능도 커졌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이루어졌던 영남권 5개 시도지사의 합의는 이번 재검증으로 다시 무시됐다. 더 큰 문제는 검증과 재검증에 따른 신공항 건설 지연으로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불편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김해신공항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문제 제기와 이번 재검증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현재 김해공항의 3.2km와 2.8km 두 개의 활주로는 포화상태에 달해 항공기들의 이착륙 지연사태가 늘고 있다. 매년 여객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2017년 김해공항 항공기 이착륙 지연은 285편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공항 지연율의 절반 가까운 43%를 차지하는 수치다. 시간당 항공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단위인 슬롯(slot)을 보면 김해공항은 2017년 1시간당 평일 18편, 주말 24편으로 슬롯 사용률이 89.6%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공항에서도 최고 높은 수준의 혼잡도다.

올해는 슬롯 사용률이 98%에 육박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더 이상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항공기 지연은 물론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10년 이상 걸릴 신공항 건설보다 수용한계를 넘어선 김해공항에 활주로 추가 건설과 확장 등을 통해 이용객의 불편을 들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인천공항의 경쟁력도 중국 등의 새 공항에 밀려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365일 안전한 관문공항’이라는 미명하에 10조원이 더 들지도 모르는 신공항 건설에 국민혈세를 들어부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