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거와 사회적 가치 평가

박상용(고성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무관)

2019-08-28     경남일보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는 별도로 사회적 가치를 경영 지표로 삼아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기업 경영평가에 잣대로 삼겠다는 내용을 언론 보도로 접한 적이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만든다는 기업체 기사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으로 주관이 개입되지 않은 평가의 자동화, 평가의 투명성을 담보하여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정량화, 즉 개량화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사회적 가치 평가시스템으로 지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 공약평가를 통해 평가의 신뢰성, 투명성이 전제된 공약별 평가자 수, 평가 점수가 자동으로 산출된다면 당선인은 공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국민이 신뢰하고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공약 이행평가 시스템’으로 개량화된 평가 결과가 나온다면 정치인들은 과연 인기영합식, 이행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할 수 있을까.

선거에서 사회적 가치 평가가 새로운 의제로 부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선인의 공약을 비롯한 사회적 가치의 신뢰성, 투명성, 개량화가 전제된 평가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은 지난 선거의 당선인 사회적 가치 평가결과일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선거에서의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스템에 입력될 측정 데이터(평가 자료)를 어떻게 확인하고 검증하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때마다 강조하고 있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터미널 앞 음식점의 질이 나쁜 이유가 뜨내기 손님을 위해 질 높은 음식을 제공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이론이 있다. 물론 질 높은 음식점이 있지만 손님도 굳이 알아볼 필요를 못 느낀다. 유권자가 뜨내기 손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치인도 질 높은 음식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손님이 질 높은 음식을 먹으려면 믿을만한, 가격이 표기된, 리뷰가 풍성한 가이드북이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의 다양한 평가들로 선거의 수준도 한층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