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그리고 감성

이석기(수필가)

2019-09-01     경남일보
순수함이란 사사로운 욕심이나 불순한 생각이 없는 바르고 참된 마음이 아닐까? 감정의 순화라는 건 심리 작용을 거쳐서 지성(知性)이 관계함으로 울컥하는 화의 근원도 걸러낼 수 있는, 인간의 아름다운 마음이 고상한 영역에 도달하는 경지가 바로 순수한 감정이다. 순수한 감정 그 자체는 가치 있고 있는 그대로를 보기만 해도 아름답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들을 우리는 숨기지 않고 나타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란 일정한 논리나 기준에 따라 사물의 가치나 관계를 결정하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치기 쉬우므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감성보다는 어쩌면 지성이라고 봐야 한다. 누구에게나 지성과 감성이 있지만, 그러나 이 두 심성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인간의 지성과 감성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하기보다 서로 변화를 이룬 한 마음으로 작용하도록 노력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 된다.

우리 인간에게 감각적 자극이나 인상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능력이 좋다면 지성의 능력이 부족하고, 또 지성의 능력이 좋은 사람은 감성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건 옳지 못한 생각이다. 감정의 폭이 넓고, 지성도 뛰어난 사람들도 주변을 둘러보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좋은 사람, 참으로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감정과 지성의 측면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정신의 기능이 뛰어나다고 하여 지혜나 견식의 힘이 높은 건 아니다. 살아가는데 근본 바탕이 좋고 지식의 힘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그러나 무얼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근본 바탕이 좋다면 교양 또한 좋고, 품성이나 인격이 좋지 않으면 지혜나 견식 또한 낮다. 사물을 아무렇게 볼 때 지혜나 견식이 좋다고 볼 수 없으며, 아는 것이 적은데 보고 느끼는 생각 또한 뛰어날리 없다.

감정이나 지성이 분산된다면 그 어떤 주가 되기는 어렵다. 다만 마음이나 인격이라 하는 주체가 변화된 얼굴이라 볼 수 있으며, 그 변화된 여러가지 얼굴들을 지성과 의지라고 봐야 한다. 중요한 건, 정신의 기능과 능력이 조화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기분이나 생각 따위를 잘 조정해야 하고, 또한 이성이 제동을 함으로써 더 아름답고 훌륭한 모습이 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