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때 유언비어 유포로 옥살이 시민 ‘무죄’

2019-09-04     김순철
박정희 정권 시절 계엄령 선포때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시민이 재심을 통해 47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완형 부장판사)는 박 정권 당시 유언비어를 금지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오모(1983년 사망)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1972년 10월 비상계엄 선포 후 내려진 계엄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무효다”며 “무효인 계엄 포고에 근거한 공소사실은 더 유지될 수 없다”며 고 판시했다.

오씨는 1972년 11월 4일 한 선술집에서 “나를 묶어가도 좋다. 너무 억압하면 못산다” 등 유언비어를 퍼트린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부산경남지구 보통군법회의는 오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초 열린 항소심은 오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오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수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재심은 오씨가 사망했으나 검사가 계엄법 위반죄 판결이 무효라며 재심청구했고, 이 결과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사건에 앞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1972년 10월 17일 유신을 알리는 특별선언을 발표하면서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과거 이와 비슷한 재심 사건에서 법원은 당시 계엄 포고가 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관의 영장 발부 절차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을 침해해 헌법을 어겼다고 결론 냈다.

또 유언비어 날조 등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심 재판부 역시 계엄 포고가 위헌·무효라고 판단, 47년 만에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김순철기자 ksc2@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