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여파

2019-09-15     경남일보
명절에 고향을 찾은 젊은이들에게 금기시되는 언어가 있다. 결혼과 취업, 진학에 대한 질문이다. 그런 질문이 듣기 싫어 아예 무슨 핑계든 대고 고향을 찾지 않는 경향마저 생겨 젊은 사람 대하기가 조심스런 시대가 됐다. 올 추석도 마찬가지였다.

▶한 때는 정유라의 워딩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가진 자, 특혜받은 자의 자녀들이 평소에 품고 있는 가치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능력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도 능력이다”라는 그녀의 워딩 한마디가 젊은이는 물론 자식을 가진 부모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것이다.

▶올 추석에는 조국장관 정도가 되지 않으면 자식 낳아 양육할 생각을 말라는 자조석인 말들이 많이 회자됐다. 가는 곳마다 길이 훤히 뚫리고 장학금이 쏟아진 조국의 딸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것이다. 정유라의 시각으로는 조국도 분명 능력 있는 부모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부모들을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조국정도가 되지 않으면 자식 낳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는 말이 올 추석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조국여파다. 편법이 정공법을 무색케 했다는 기운 운동장에 대한 자조도 추석민심의 일단이다. 젊은 사람들은 가치관의 혼돈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한다. 능력 있는 부모보다는 자랑스런 부모가 되길 원했던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