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동호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훈육 빙자한 아동학대 근절돼야”

2019-09-16     백지영
“아이들에게 훈육이라는 핑계로 학대를 자행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학대받은 아동보호에 힘써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신임 관장으로 이달 초 부임한 송동호(40) 관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 학대와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실제로 112에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학대전담경찰(APO)과 동행해 학대 현장에 조사를 나가고, 학대 판정이 나면 피해아동 심리 검사·치료, 정서 지원 등을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아동을 장·단기 보호 조치하고 학대 행위자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대아동의 부모로부터 위협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에는 앙심을 품은 학대아동 부모가 기관을 찾아와 불을 질러 본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송 관장은 “우리는 이 일에 종사하고 있으니 감당을 해야 하지만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일반 빌라 건물 2층에 위치한 사무실의 단독건물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의 위탁을 받아 인애복지재단이 운영하는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진주·사천·거창·남해·산청·하동·함양 등 7개 시·군을 관할한다. 이들 지역에서 ‘발견’되는 아동학대 사건은 연간 300~400건으로 하루 1건꼴이다.

유의할 만한 점은 ‘발생’이 아니라 ‘발견’이라고 표현한다는 사실이다. 집계된 수치는 기관이나 경찰 등이 ‘발견’한 건수일 뿐, 실제 사회에서는 더 많은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 관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아동학대라는 개념이 비교적 늦은 2000년에 도입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생, 중학생 부모들은 아동학대 개념이 생기기 전에 성장한 세대예요. 친구와 싸우거나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복도를 뛰어다녔다는 이유로 매를 맞는 게 흔했던 시절이죠. 내 자식의 잘못을 목격했을 때 자신이 과거에 당했던 대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매우 많습니다”

‘내가 하는 건 학대가 아니라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송 관장은 “이러한 부모들에게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 피해 아동을 줄이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