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도 사람을 죽였다

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2019-09-22     경남일보
정재모

공자님도 사람을 죽였다! 어이없는 망발 같겠지만 근거가 있다. 어질 인(仁)자의 상징으로 2500년 넘게 추앙해온 공자 아닌가. 그런 분이 사람을 죽이다니? 그 제자 증자가 살인했다는 가짜 뉴스가 당대에 잠깐 나돌았다지만 공자가 그랬다는 소린 믿기 싫을 거다. 하지만 기록이다.

공자는 노나라 대사구(大司寇) 벼슬을 잠시 맡은 적이 있었다. 도적 다스리는 관청의 우두머리니까 요즘으로 치면 무슨 벼슬인가는 가늠키 어렵지 않다. 그 벼슬에 나아간 지 이레 만에 대부 소정묘(少正卯)를 처형해버렸던 거다. 춘추전국 시대의 일화집 ‘설원(說苑)’에 나온다.

대부는 봉건국의 왕인 제후 바로 아래 지위를 가진 권력자다. 그런 자를 공자가 대사구 자리에 앉자마자 처형한 것이다. 인이야말로 사람의 기본 도리라는 가르침을 받아오던 제자들이 우선 놀랐다. 달려가서 물었고, 공자의 대답이 이랬다.

“무릇 왕이 죽여야 될 자는 다섯 가지 부류다. 첫째 마음을 거꾸로 하면서 음험한 자다. 둘째 말에 사기성이 있으면서 달변인 자다. 셋째 행위가 편벽되면서 고집이 센 자다. 넷째 뜻은 맑지 않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다. 다섯째 바르지 않은 것에 순종하면서 혜택만 누리는 자다.”

공자는 그러면서 이 중 한 가지만 해당되어도 면치 못할 죽음인데 소정묘는 모두를 지녔다고 말했다. 덧붙여 ‘낮에 강도질하고 밤에 담을 넘는 자는 꼭 죽여야 될 도둑이 아니다. 나라를 뒤엎을 그런 자가 죽어야 할 자다’라고 했다. 위 다섯 유형이 곧 니라 뒤엎을 부류라는 얘기다.

공자가 소정묘를 처형한 일화는 전국시대에 편찬된 ‘순자’와 ‘공자가어’에도 들어 있다고 한다. 유가의 4대 중심 사상 인의예지 중 첫 번째가 불쌍히 여기는 마음, 곧 인이다. 그런데 나라를 어지럽히는 도적은 그 베풂의 대상에서 제외했던 거다.

공자가 베어야 한다고 했던 다섯 부류의 인간들이 21세기 대한민국이라고 없을까. 못 가본 고장의 구름 안 낀 하늘도 똑같이 푸를 것임은 천부적 상식이다. 그 번연한 상식을 알량한 지식과 변설로 뭉개는 일들을 너무 많이 보아오고 있다.

더 어이없는 건 안 봐도 시퍼럴 그 하늘 색깔 확인하자고 오만 사람들이 지구를 한 바퀴 다 돌아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다. 돌고 나면 승복은 할까. 답답한 그 꼴 보다가 기막혀 종내 복장은 안 터질까. 공자가 이 땅에 현신하면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이 머릿속에 뒤엉킨다. 물 흐름 같은 순리를 뜻한다는 法(법) 자 대하기가 너무도 무색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