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감수한다는 것은…

오해정 (경남기후변화교육센터강사)

2019-09-22     경남일보
오해정

오는 11월 1일부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하나로유통 등 대형마트에서 자율 포장대와 종이박스가 사라진다. 포장 테이프와 비닐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환경부와 대형마트 지난 8월 29일 이 같은 협약을 맺었다. 2∼3개월 홍보 기간을 거쳐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 비치하던 종이상자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장 테이프 및 끈을 치울 방침이다.

환경부는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 및 끈 등이 658t”이라며 장바구니 사용을 통한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 효과를 강조 하면서, 위반시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실효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종이박스를 장바구니로 대체한다는 환경부의 아이디어가 단순히 소비자의 편익만 제한하려는 것을 넘어, 소비 방식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크다고 한다.

마트에서의 장보기 후, 자율포장대에서 포장박스를 이용해 옮기던 것을 갑자기 안쓰던 장바구니 사용해서 옮기거나 종량제 봉투를 구매해 담아가라는 것은 소비자에게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일으킨다. 소비자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당장 나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이유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변화의 행동은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하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불과 몇 초의 편리함을 위해 지구의 암울한 미래를 맞바꾸는 행위는 너무 어리석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지하는 일이지만 그에 따른 행동의 변화에는 아주 소극적이다. 이제는 소비자도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제주도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대형마트 4곳과 중형마트 6곳이 업무협약을 맺고 자율포장대의 종이박스 등을 모두 치웠다. 그 결과 ‘종이상자 대신 장바구니 생활화가 자리를 잡았으며 환경오염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8월 스웨덴 국회 앞에서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1인 시위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툰베리의 시위는 세계 청소년들에게 반향을 일으켜 전 세계에 기후 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운동으로 번졌다. 그녀는 미국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시위 참석을 위해 무동력 보트로 대서양을 건너기도 했다. 지난 9월 16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그녀는 “너무 작아서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영향을 줄 수 없는 사람은 없다”며 “그러니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창의성을 발휘해보자”고 제안했고,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너와 나는 한팀”이라며 주먹 인사를 하고 격려 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10%의 사람이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는 것보다 모든 사람이 50%의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 종이박스가 사라지는 것은 환경문제의 실효성과 더불어 불편함을 당연히 감수해야한다는 암묵적 동의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이 불편함의 순간들을 모아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환경을 지켜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살아가야 할 땅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것은 다른 대상을 향해 무언가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맞추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