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강제징용 증언자…함께하지 못한 귀향

최초 증언 고 서정우씨 아들, 부친 고향 의령 방문 일본 큐슈 등 평화활동 시민단체 회원 14명 동행

2019-09-23     박수상

군함도 최초 증언자로 알려진 고(故) 서정우씨 아들과 일행 14명이 지난 19일 일본을 출발해 2박3일 일정으로 아버지의 고향인 의령을 방문, 눈길을 끌었다.

의령군은 지난 20일 일제강점기 때 일본 나가사키 군함도(하시마섬)에 강제징용 되어 군함도의 실상을 최초로 알린 故서정우(1928~2001)씨의 아들 일행이 고향인 의령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故 서정우의 아들인 마쯔무라 아사오(42)씨 외에도 일본 큐슈, 오이타, 후쿠오카, 나가사키 등 각지에서 평화활동을 하는 일본시민 14명도 함께 동행했다.

故 서정우씨는 1928년 의령읍 하리 서남촌마을 출신으로 14세 때 일본 나가사키 하시마(군함도)로 강제 징용되어 갖은 고초를 겪었다. 6살 때부터 14살까지 의령읍 하리 서남촌마을 작은 할아버지댁에서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 고향마을에는 아직 친척들이 살고 있다. 아들 마쯔무라씨의 한국 고향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가친척들의 따듯한 환대 속에 묘소 참배와 아버지의 행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故 서정우씨의 유해는 현재 일본에 묻혀 있으며 고향 의령에는 그의 일가인척들과 선대의 묘소가 있다. 마쯔무라씨는 “아버지는 평생 고향인 의령을 그리워하셨다”며,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힘들게 사셨다. 아버지의 삶과 뜻을 추억하는 분들과 함께 아버지의 고향을 꼭 찾아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문단 일행은 이날 의병박물관을 찾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실태파악 및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인해 고초를 겪었던 조선백성들의 이야기와 의병의 활약에 대해서도 보고 들었다.

원폭피해를 입은 서정우씨는 1983년 당시 일본사회에 조선인 강제징용 및 나가사키 원폭피해를 최초로 증언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로도 일본에 의한 전쟁의 실상과 강제동원피해를 규명하는 일에 일생을 바쳐오다 2001년 징용의 후유증(폐결핵)으로 작고했다.

한편 서정우씨의 이야기는 한수산 소설가가 펴낸 소설 ‘군함도’에도 묘사되어 있다. 고인은 “차별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죽을 때까지 운동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 근처에 위치한 섬이다. 섬 모양이 일본 해군 전함인 도사(土佐)와 닮아, 군함도(軍艦島)라고도 불린 1940년대 조선인들이 대규모 강제 노역에 동원된 곳으로 알려졌다. 1974년 폐광되면서 도민이 섬을 떠났다.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논란이 됐으며 국내에선 2017년 군함도를 소재의 영화가 제작됐다.

박수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