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상자가 2000원 ‘헛농사’

2019-09-26     경남일보
지난 18일 서울 가락동 공판장에서 장수사과가 10㎏ 한 상자당 3000원~5000원에 경락됐다 한다, 지난 19일 전주공판장에서는 상자당 2000원~3000원까지 떨어지자 출하 농민들이 경매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평년 공판장에서 10㎏ 한 상자당 평균 15000원~20000원 선에 거래됐지만 최근 90% 가까이 폭락, 사과 재배농가들이 분개하고 나섰다.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것은. 장수지역 뿐만 아니다.

▶사과 150박스를 경매시장으로 보내는데 운임이 30만원 정도 든다. 한 농민은 10㎏ 한 상자가 2000원에 거래는 운임을 주고 나면 결국 0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다. 최저 생산비를 맞추려면 상자당 2만원은 받아야 한다. 소비자들이 한 상자를 3만∼4만원에 사는 것은 유통구조가 다단계식으로 복잡, 왜곡됐기 때문이다.

▶가격이 폭락한 데에는 추석이 평년보다 이른 데다 태풍 등 기후 악조건 때문에 판매 저조와 가격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 등의 영향으로 낙과와 사과 착색이 지연되는 등 추석 전 출하가 어려워진 점도 가격 폭락에 한몫했다.

▶사과를 공판장으로 넘기는데 하차비, 경매비 5∼7% 등을 떼면 농민들은 오히려 손해를 본다. 각 지자체가 지원, 사과 농가가 늘어 공급이 폭증한 것도 가격이 내려간 이유라고 진단했다. 박스 값도 안 나오는 ‘헛농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