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고백

2019-09-26     경남일보
 

 

간다, 봐라*

무소유 스님 말씀 따라

홀딱 벗어두고 갑니다


가진 거라곤 옷 한 벌뿐

이조차도 무거웠거든요


*법정스님께서 임종시 남긴 말씀.

-권현숙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다 간 법정스님의 사유 노트와 미발표 원고를 모은 또 한권의 책. ‘간다, 봐라’의 여는 글에는 그의 임종게(臨終偈)가 실려 있다.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간다, 봐라” 문득 만난 하나의 흔적에서 가벼운 옷 한 벌 무게조차 이 세상에서는 무거웠다고 고백한 법정을 만나게 된다.

이로써, 디카시는 시의 한 장르로서 문화의 진화에 따르면 멀티언어예술의 최첨단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상과 시적언어로 결합되어 21세기에 출현한 신조어로서 발원지인 경남 고성을 넘어 이제는 해외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저기 거북 한 마리 간다, 봐라. 가다 보면 닿을지도 몰라 갈 때까지 가보는 것이다. 죽음도 불사하고 간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