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웅 66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다

화살머리고지 전투 산화한 김기봉 이등중사 국방부 8일 거제 70대 아들에 유해 등 전달 “비무장지대에 묻혔던 분단 현실 안타깝다”

2019-10-09     김종환 기자

66년 전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산화한 국군 유해가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욌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고(故) 김기봉 이등중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8일 오후 2시 거제시 동부면에 있는 고인의 아들 김종규(70) 씨 자택에서 실시했다.

김 이등중사는 1951년 12월 27살의 나이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제2사단 31연대 소속이었던 그는 1953년 7월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다 전사했다.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17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그의 유해는 지난 5월 22일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완전 유해 형태로 발굴됐다.

국방부는 “유해는 좁은 개인호에서 아래 팔이 골절되고, 온몸을 숙인 상태로 발견됐다”며 “정밀 감식 결과 두개골과 몸통에서 금속파편이 확인된 점으로 미뤄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전투에 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탄알이 장전된 M1 소총과 철모, 전투화, 참전 기장증을 보관한 지갑, 단추, 연필 등도 함께 발견됐다.

이날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39사단장 및 거제시장, 경남 동부보훈지청장을 비롯한 대외기관과 거제경찰서, 거제시 보건소, 6·25참전유공자회 등 10개 보훈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허욱구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유가족들에게 김 이등중사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신원확인통지서, 국방부 장관 위로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함’을 전달했다.

또 유가족 요청에 따라 지난 1954년 수여했던 ‘무성화랑무공훈장’에 대해 훈장수여증명서 및 ‘정장, 금장, 약장’을 다시 한번 유가족 측에 전달했다.
아들 김 씨는 “아버지는 일제 강제징용 때도 살아남으셨던 분”이라며 “비무장 지대에 묻혀 계시다 66년 만에 유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남북 분단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종환기자·일부연합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