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당신이 오신다기에

2019-10-17     경남일보

당신이 오신다기에

저는 둥근 방을 좋아하지만
아이들까지 온다기에 꾸며봤어요.
우리 사랑, 더 샾.

-이정록(시인)

디카시는 사물의 입이며 자연의 입이다. 나아가서 신의 입일 수도 있다. 자연이나 사물의 상상력으로 빚은, 아니 신이 빚은 시적 형상을 시인은 그대로 전달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을 느끼는 것이 디카시 창작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99%의 영감과 1%의 땀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정록 시인의 더 #. 수없이 밟고 지났던 길의 무늬가 하는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직장을 따라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아버지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한 편의 디카시에서 저만치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와 품에 안기는 아이들의 웃음이 만져진다. 디카시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