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민들레의 꿈

2019-10-31     경남일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저 먼 우주로 날아 갈 거야
그곳에는
나를 기다리는
눈 먼 당신이 있지

-최춘희(시인)


환하게 웃던 당신을 따라 덩달아 환했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저 먼 나라의 어머니! 가을이 깊어 곧 겨울이 몰려온다는 이곳에서, 평생 사는 동안 내게 눈멀었던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한 송이 꽃을 피울 때마다 우주만큼 둥근 꿈을 불어넣어 끝없이 나를 지켜봐 주셨던 어머니. 당신을 떠나보낸 후, 그래도 살아지는 게 목숨이어서 이 가을을 앓는 중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아직도 날 바라보고 계시나요, 어머니! 그렇다면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바람에 몸을 맡기겠습니다. 흩날려 정처 없이 떠돌다 안착하는 그곳에도 내게 눈먼 당신이 계신다면 저는 괜찮습니다. 바스락대는 가을의 끝자락이 자꾸만 내 날개를 건드립니다. 긴 호흡을 하며 사방을 둘러봅니다. 계시지 않은 곳이 없는 당신의 처소가 참 따뜻합니다. 당신은 하나의 우주입니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