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가 보고 있다

2019-11-05     경남일보
얼마 전 네덜란드 경찰이 앵무새 한 마리를 감호조치 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올라온 적이 있다. 주인의 절도행각을 항상 그의 어깨에 앉아 목격했다는 이유였다. 경찰이 앵무새에게 어떤 진술을 받아내고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첨단수사기법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진범의 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조명되고 있다. 경찰의 강압수사 여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라 프로파일러가 동원되는 등 진실규명이 한창이다. 이 사건을 만약 앵무새가 보았다면 어떤 몸짓으로 당시의 상황을 증언할까.

▶용의 목덜미에는 비늘이 거꾸로 돋아나 이를 역린(逆鱗)이라 일컫는다. 한비자는 군주의 약점을 역린에 비유했다. 최근 청와대 참모들의 국정감사 수감태도를 역린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일부에서는 참모들의 행동에서 대통령의 국회관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내렸다. 그들이 곧 대통령의 약점이고 어깨위의 앵무새라는 것이다.

▶그토록 아끼고 신임했던 조국도 역린이긴 마찬가지다. 설마 했던 것들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앵무새가 어깨위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념해야 할 일이다. 역린 또한 늘 가까이 있다는 사실도.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