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먹통 주의

2019-11-07     경남일보

먹통 주의


소통 잘 하려다
소통 더 꼬일라
-최일형



전깃줄에 전홧줄, 거기다가 유선방송의 등장으로 인하여 도화선처럼 뒤엉킨 전신주가 허공을 견디고 있다. 인류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스피드와 최첨단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된 지 오래. 문명의 편리성만 추구하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곳곳 눈에 거슬리는 무질서의 표상이다.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난마(亂麻) 작업의 필요가 느껴지는 영상으로서, 소통하려다 더 꼬여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예고의 디카시로 다가온다.

신인류가 낳은 사유방식의 하나로 디카시는 미디어에 의해 진화한 시의 한 장르로 소통의 양식 중 대표적인 예이며 시인은 이러한 양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자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융합의 시대에 디카시야말로 독자와 가장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장르가 아닐까. 찍고 쓰고 보내는 디카시의 소통이 더욱더 확장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문화는 계속 진화하리라 본다.

/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