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에 숨어있는 선조들의 지혜

겨울 시작 알리는 ‘입동’·첫 눈 내리는 ‘소설’

2019-11-11     임명진
절기상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기상청은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산청과 함양에 한파주의보를 발표했다.

어김없이 입동이 다가오자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예부터 선조들은 절기를 아주 중요히 여겼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24절기로 나눠 구분했다.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슈퍼컴퓨터가 날씨를 예측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절기는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1월에는 ‘입동(8일)’과 ‘소설(22일)’이라는 두개의 절기가 있다. 보통은 12월부터 2월까지를 겨울이라고 생각하지만 절기상으로는 11월부터 겨울이 시작된다.

‘입동’은 가을이 끝나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 해 겨울은 크게 추워질 것이라는 말이 있다.

각각의 절기마다 관련된 속담들이 있다. 입동과 관련해 대표적인 속담으로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라는 말이 전해 오고 있다. 예전에는 절기상 입추 무렵에 심었던 무와 배추를 뽑아 입동을 전후해 5일 이내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했다.

요즘은 온난화 여파로 김장시기가 매년 조금씩 늦춰지고 있는데, 기상업체 ‘웨더아이’는 올해 김장철을 앞두고 적정 예상시기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남부지방은 12월 상순에서 중순, 남해안 지방은 12월 하순 이후를 김장하기 적절한 시기로 꼽았다.

입동 무렵 농촌에서는 고사를 많이 지냈다. 한해 농사철에 애를 쓴 소에게 음식을 갖다 주고 이웃들과도 나눠 먹었다. 연로한 노인들을 모시고 양로잔치를 열었는데 이를 ‘치계미’라고 했다.

경남의 여러 지역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가 날아온다고 하는데, 특히 밀양 지역에서는 갈가마귀의 흰 뱃바닥이 보이면 이듬해 목화농사가 잘 될 것이라고 점치곤 했다.

11월의 또다른 절기인 ‘소설’은 첫 눈이 내리는 날이다. 한겨울은 아니고 아직은 따뜻한 햇살이 비치므로 소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속담으로는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가 있다.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는 속담은 소설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옷차림을 단단히 하고 다녀야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절기와 관련된 속담을 보면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첫눈을 알리는 소설에는 눈이 내릴까?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