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일개미

2019-11-14     경남일보

 

일개미-김종순

나 혼자 먹고 살자 했으면
깎아지른 벼랑에
올라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37년을 버텼다.

영상과 문자시가 한마디로 혼연일체를 이루는 디카시다. 생각과 행동 그리고 의지가 온전히 하나가 되는 순간임을 말한다. 제 몸보다 훨씬 더 큰 몸집의 먹잇감을 두고 안간힘을 다하는 저이의 가슴 속에서 들려오는 저음의 목소리. ‘혼자 잘 먹고 잘살려고 했다면 벼랑 같은 세상에서 아등바등하지 않았을 것’이다. 속내를 감추고 37년을 버텼다 하지 않은가.

베이비붐 세대의 반평생 살아 온 삶이 내뱉는 독백이지 않을까. 그들의 은퇴 시기가 도래했다. 아니 이미 지났는지도 모른다. 축복이 되어야 할 은퇴가 어쩌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100세 시대! 노후생활을 대비한 저축 따위는 엄두도 못 냈을 것이 분명하다. 한 가정의 버팀목이 되어 살아가는 일개미들이여!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