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과 어머니

2019-11-18     경남일보
남부지방에도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었다. 젓갈시장이 파시를 이루고 배추, 무 등 김장채소의 특별시장도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다. 덩달아 김치냉장고 등 관련 상품들도 특수를 맞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에서는 이 때를 노린 이벤트가 한창이다.

▶우리의 김장문화는 오랜 전부터 중요한 생활 사이클이었다. 봄에는 새우, 멸치 등으로 젓갈을 갈무리하고 여름에는 소금을 장만, 간수를 빼 김장에 대비하는 한편 고추, 생강, 파 등 각종 부재료를 심어 한겨울 양식인 김장에 대비한다. 늦여름 배추, 무를 심으면 비로소 김장대비가 끝나는 것이다. 장 담그기와 함께 우리의 중요 생활 사이클이 아닐 수 없다.

▶핵가족화 되면서 김장풍속도도 많이 달라졌다. 날을 잡아 온 집안이 시골집으로 모여 후닥닥 김장을 담궈 나눠 싣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는 것이 요즘의 김장풍속도이다. 집단화, 대형화가 그것이다. 분업과 나눔 협동으로 노동강도를 줄이고 가족 간의 유대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신문화이다.

▶요즘은 김장을 두고 친정과 시가의 눈치싸움이 한 창이라고 한다. 분가한 자식들의 김장은 대부분 부모들의 몫이 되면서 생겨난 신풍속도이다. 부모의 식습관에 길들여진 자녀들의 김장도 책임지는 자식바라기가 있는 한 우리의 김장문화는 중요한 연례행사이다. 김장이 있어 경기도 살고 사람사는 맛도 나는 것이다. 김치에는 어머니의 냄새가 묻어 있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