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가족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차 출동로 확보

김홍찬(진주소방서장)

2019-11-20     경남일보

매년 겨울이 되면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커진다. 30년을 넘게 소방관 생활을 하다 보니, 겨울철에 화재가 집중되고 또한 규모도 커서 많은 인명피해 및 대형화재로 이어졌던 기억에 이제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다.

출동 방송에서 나오는 다급한 신고자 목소리를 듣고 1분 1초라도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마음과는 다르게 꽉 막힌 도로에서 출동이 지연될 때는 너무도 안타깝고 곤혹스럽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 발생으로 사고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소방관에게 큰 상처로 남은 사고이다.

특히 피해 규모가 커지게 된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로 불법 주정차로 인해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점이 꼽혔다.

예전보다 시민의식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나 하나쯤이야’, ‘잠깐인데 뭐’라는 생각을 가지는 일부 시민으로 인해 위험 속 절박한 요청에 신속하게 도움을 주지 못 하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소방차 출동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의 근절만이 화재나 각종 사고 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8년 6월 소방기본법이 개정되었다.

법 개정으로 출동하는 소방차에 대해 진로를 양보하지 않거나 앞에 끼어들어 가로막는 행위 등 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가 금지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또한 2018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소화전 등 소방시설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5m 이내 차를 정차하거나 주차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소화전 5m 이내 불법 주정차 시 과태료가 8만 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법률개선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소방출동로가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통로이자 안전밸트’라는 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문화 정착이다.

진주소방서는 매월 19일을 전후로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추진한다. 당장 손에 잡히고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보이지만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소방 출동로 확보와 안전문화 정착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기대해 본다.

/김홍찬(진주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