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저녁 계단

2019-11-21     경남일보

저녁 계단-조영래

사랑에 갈증이 없다면
배고픔에는 허기가 없다

어둠이 찾아오면
굶주린 그림자는 왜 따라올까

노을이 머물던 자리 이윽고 어스름이 내리고 저녁이 당도하면 오늘의 계단을 저려 밟고 한 사람이 온다. 굶주린 그림자는 왜 이다지도 어김없이 따라붙는가. 사랑에 대한 갈증과 배고픔의 허기가 도사리고 있는 늦은 어느 저녁. 둥근 오븐에 담긴 채로 받은 저이의 밥상이 참으로 허허롭다. 이를 대변하듯 계단 끝에 옹그린 고양이의 둥근 등이 상관물처럼 마주하고 있다. 또한 가던 길을 멈추고 저 영상을 포착하는 시인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포개지는 순간이다.

‘일상의 예술화’가 된 디카시의 현장이다. 오는 11월 30일(토) 오후 4시 30분, 경남 고성 대웅뷔페에서 ‘한국디카시인협회 및 국경없는디카시회 발기인 대회’가 개최된다. 디카시가 발현된 지 15년 만의 쾌거라 보이며 한국을 너머 세계로 확장된 지도 오래, 일본에 하이쿠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처럼 디카시가 있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