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지 13년, 드디어 한국 이름 가져요”

한국 일므 선택하는 귀화자 꾸준히 증가 “차별적 시선·어려운 발음” 불편 풀어줘 법률구조공단 선본창설 어려운 절차 도움

2019-11-21     백지영
# 부티탄흐투옌. 소리로 듣고 단번에 여섯 자를 정확히 받아 적기는 쉽지 않다. 2006년 남편과 결혼하며 한국에 들어와 지난 2016년 법적인 한국인이 된 베트남 출신 귀화자의 이름이다.

가족과 주변 지인에게는 결혼 당시 시아버지가 진주 시내 작명소에서 지어준 김현정이란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그의 주민등록증에 적힌 이름은 여섯 자.

사람들이 길고 낯설다고 여기는 탓에 불편했지만 가족 사업이 바쁜 와중에 한국 이름으로 바꾸기 위한 성본창설(성과 본관을 만듦)과 개명 절차를 밟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혼이나 일자리 등의 이유로 한국에 정착한 뒤 귀화를 선택하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도내 연 평균 835명씩 증가해온 귀화자 상당수는 차별적 시선 극복, 이름 발음 어려움 해소를 위해 한국 이름을 갖길 원하지만 법원을 방문해 각종 서류를 구비해 두 달 여 걸리는 법적 절차를 밟기가 쉽지만은 않다.

관련 절차에 대해 잘 알려줄 수 있는 가족이나 한국 지인이 있는 귀화자에겐 그나마 수월하지만 사별·이혼으로 주변과 단절된 이에게는 어려움이 따른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13년을 맞는 부티탄흐투옌(34) 씨는 내년이면 법적으로도 김현정이 된다. 최근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로 성본창설과 개명 법률 지원에 나서줬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경남지역에서 그처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 지원을 받고 성본을 창설한 귀화자는 332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성본창설을 한 도내 전체 귀화자 수가 2688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율이다.

현행법상 귀화자는 한국 국적 취득 직후 가족관계증명서 등에 본국에서 사용하던 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표기하게 된다. 한국 이름으로 변경을 원할 경우 이후 법원에 창성창본과 개명 신청을 따로 거쳐야 한다.

민지수(35) 씨는 귀화 허가와 함께 찐티배뜨라는 베트남 이름이 인쇄된 주민등록증을 받자마자 법적 절차를 밟은 경우다. 그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볼 땐 외국인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름만 들었을 때는 외국인이라는 딱지 없이 한국 사람으로만 기억해줬으면 해서”라고 설명했다.

귀화자 중엔 국적 취득 직후 한국 이름을 선택하는 이도 있지만 수년 후 법적 절차에 들어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귀화자 상당수를 차지하는 결혼 이민자의 경우 아이의 입학을 전후로 법적으로 한국 이름을 택하는 사례가 많다.

나자현 대한법률구조공단 진주출장소장은 “한국 이름을 갖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거나 비용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분을 보면 안타깝다. 공단을 방문하면 무료로 쉽게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