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불백일호(人不百日好)

2019-12-05     경남일보
세상을 사는 사람에게는 어떤 분야에서든 생애의 절정기를 거친다. 이 시기에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열정으로 뒷받침되는 정신력의 전성기를 가진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겁나는 게 드물고, 어느 상황에서나 자신감이 넘친다. 거기에 권력을 쥐면 정도가 더해진다.

▶청와대서 비서관으로 일한 전직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특정후보 낙선을 위해 첩보를 하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 와중에 핵심 관련 공무원으로 지목된 인사가 자살하는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핀셋’으로 찍어 낸 것 같은, 무량한 권력으로 선거판을 뒤엎었다는 가담(街談)도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정치적 ‘끗발’이 영원하다고 믿었을 테고, 그 힘이 자신의 평균적 역량이라고 여겼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간이라도 내 줄 것 같은, 그 일에 동조한 사람이 끝까지 ‘자기 사람’ 일 것 같았겠지만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인불백일호(人不百日好), 사람이 쥔 권력이 백일을 넘지 못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세불십년장(勢不十年長)도 그런 맥락이다. 세상이 바뀌면 사람도 변한다. 만고불변, 세상사는 사람의 섭리가 그렇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