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조용한 일

2019-12-08     경남일보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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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도 사람에게서 용기를 얻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대어 살아가는 이유를 찾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 독이 되어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은 모른다. 어쩌면 나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기방어기제를 작동하고 눈 감고 싶은지 모를 일이겠다. 그런 사실을 문득 알았을 때의 비감함.

사람에 대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 할 일. 그럼에도 상처는 쉽게 치유할 수 없다. 위로가 필요할 때 혼자가 편한 것은 그런 연유일 것이다. 하여 이도 저도 마땅찮은 저녁, 말없이 곁으로 앉은 낙엽 하나가 고맙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묵묵히 있어주는 일, 나 역시 그냥 있어볼 밖에 없어 ‘왔냐’ 묻지 않고 멀거니 앉아 있는 일, 진정한 위로는 말이 필요치 않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용기를 주는 사람인가, 진정한 위로가 되는 사람인가, 생각이 깊은 시간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