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지조(共命之鳥)

2019-12-17     경남일보
교수신문이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올해에는 작년 보다 조금 더 희망적인 사자성어가 선정되길 바랐던 국민의 마음이 허탈하다. 정치권이 서로 나뉘어 싸우는 것을 넘어 국민들까지 편싸움에 동조해 분열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빚댄 ‘공명지조’가 선정됐다. 올해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가 선정된 것이다.

▶공명지조는 불교 경전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 공명조(共命鳥)의 어리석음에서 유래됐다. 한 머리가 좋은 열매를 독차지해 먹어버리자 화가 난 다른 머리가 복수를 위해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 결국 몸에 독이 퍼져 두 머리 모두 죽게 됐다. 우리나라 현실이 상대를 죽게 하면 자신도 같이 죽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공명조와 같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몸에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머리가 있는 공명조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올해 유난히도 보수와 진보는 어리석은 공명조 처럼 서로를 이기려고 했고, 자기만 살려고 상대방을 죽이려고 했다. 서로 협력해 몸을 좋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다른 머리를 사라지게 해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는데 더 골몰했던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대한민국을 이루는 ‘운명공동체’다. 그럼에도 이를 망각한 채 2019년을 보냈다. 공명조의 어리석음을 따라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2020년에는 모두가 공멸하는 어리석은 공명조가 되지 말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공생하며, 비상하는 비익조(比翼鳥)가 되었으면 한다.
 
/정영효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