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농담

2019-12-22     경남일보
농담-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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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책 속 인물을 이야기하다가 문득 작가의 생애가 애달파서 웃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서 웃었다. 어둠이 흘리는 풍경이 애처로워 웃었고 웃음이 외로워서 웃었다. 어제는 쓸쓸했고 오늘은 아픈 우리, 좋은 시절 다 보내고 헐벗은 겨울나무가 아름다워서 그리고 뼈대 앙상한 숲으로 어스름 내리는 지금이 좋다, 싱겁게 말하며 웃었다. 강하다는 건 가장 외롭다는 말의 다른 이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온몸으로 종을 울리는 일과 같아서,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해 “종은 더 아파야 한”다는 게 아무렇지 않아 웃었다. 마음의 농도가 사랑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일과 무관한 것이 서러워 웃었다. 말의 질감이 거칠다는 특별하지 않은 말이 짙은 어둠 같아서 농담처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