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가래질

2019-12-26     경남일보

가래질-김영빈

염전의 가래처럼
하늘을 밀고
지나가는 갈매기
오늘 밤엔 유난히
별 알이 굵겠다

바닷물을 가둔 염전에 해풍이 불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염분의 농도가 올라가면 염전 사람들은 가래질로 분주해집니다. 고단하지만 넉넉한 기다림의 마음이 있기에 크고 단단한 소금을 얻기에 이릅니다. 하늘이 유독 푸릅니다. 마치 맑은 바닷물을 가둔 염전 같습니다. 두 날개를 펼친 갈매기 한 마리가 하늘을 밀고 가는 듯합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톡 쏘는 맛이겠습니다.

백구(白鷗) 또는 해구(海鷗)라고도 불리는 갈매기를 우리말로 ‘해고양이’라고 한답니다. 정지용은 갈매기라는 시에 ‘갈매기야 갈매기야 늬는 고양이 소리를 하는구나’라고 썼더군요. 바다 위를 홀로 나는 갈매기가 왠지 외로워 보이는 겨울입니다. 한 해를 힘들게 밀고 나가는 이 땅 모든 사람들에게 순백의 눈꽃이 쏟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