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기부

2019-12-26     경남일보
키다리아저씨는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다’면서도 매년 해온대로 세모를 맞아 어김없이 이웃돕기성금을 기탁했다. 얼굴없는 천사이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는 연말연시 이웃돕기 캠페인은 올해도 펼쳐지고 있지만 사랑의 온도는 예년같지 않다는 소식이다.

▶그런 가운데도 구세군 자선남비에 거액의 수표를 기부한 얼굴 없는 독지가는 올해도 기부행진을 이어갔다. 사랑의 온도는 경기와 비례한다는 보고도 있지만 우리의 인보정신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이 땅의 어둡고 구석진 곳을 비추는 빛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들이 돼지저금통을 털어 고사리 손으로 기부에 나서는 것도 이 때 쯤이다.

▶‘아너소사이어티’라는 자선단체가 있다.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대구에서는 7급 공무원이 1억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매년 2000만원씩 5년에 걸쳐 1억원을 내겠다고 약정했다고 한다. 아내의 흔쾌한 동의가 있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그는 ‘행복의 척도가 기부에 있다’고 말했다. 거액의 기부도 관심을 끌지만 그의 기부가 여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할부기부라는 새로운 기부패턴이 그의 기부에 대한 의지를 말해준다. 목표를 설정해 놓고 실천하는 약정기부에 또 다른 감동이 묻어 나온다. 그야말로 ‘아너소사이어티’이다. 키다리아저씨와 익명의 기부자, 할부기부라는 새로운 기부패턴을 실천하는 이들로 인해 사랑의 온도는 올라가고 있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