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상처

2020-01-09     경남일보

 

지난겨울 상처

녹원 속에 더는 붉은

독수리가 되라

저 부리를 봐라 퍼덕이는 날개

해원을 향해

-한경용



‘Turn your scar into your star’ 영국 격언으로, ‘너의 상처를 별로 만들어라’라는 뜻이다. 여기서 상처(scar)와 별(star)은 스펠링 하나 차이지만 그 의미 차이는 실로 크다.

높은 암벽에서 만난 시적 형상을 순간 포착하여 언술한 작품이다. 생기를 잃어버린 사물에 주목하게 된 시인은 마치 말씀으로 동물을 지으신 신의 경지에 이르러, 번득이는 부리와 날개를 가진 독수리를 창조해 낸 것이다. 활자매체 대신 영상매체가 주된 소통의 방식인 SNS시대에 멀티언어 예술로 순간 예술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더듬어 보면 각자에게 새겨진 상처의 흔적이 곳곳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상처로 인해 좌절과 패배의 삶을 살기보다는 다시 일어서는 발판으로 삼아 도처에 널린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는 올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