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봉곡성당 나눔의 집 '한끼의 동행'

경기침체에 후원자 뚝…지난해 폐쇄 위기 지역 관심에 한 고비 넘겼지만 어려움 여전 봉곡성당 “무료급식 계속 할 수 있길” 희망

2020-01-09     정희성

“점심시간이 되면 매일 이 곳을 찾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식판에 2인분의 음식을 담습니다. 왜 그런지 봤더니 반은 자신이 먹고 반은 거동이 불편한, 집에 있는 아내를 위해 비닐봉지에 싸갔습니다. 무료급식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가 이 사업을 꼭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7년째 나눔의 집에서 무료급식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최진규 봉곡성당 사목회장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매일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평일 150~200여 명의 이웃들이 나눔의 집을 찾는다. 하지만 갈수록 무료급식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봉곡성당은 지난 1993년 9월 진주에서 최초로 나눔의 집을 열고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1997년 IMF 당시에는 하루에 300명이 넘게 이용하기도 했다. 주로 노숙자, 장애인, 저소득층이 이용하지만 급식대상에 특별한 제한을 두진 않는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젊은 사람들과 인근 시장상인들도 가끔 이용한다. 나눔의 집에서는 담당 수녀와 봉사자 등 매일 10여 명이 점심을 준비한다. 200명이 넘는 인원의 식사준비보다 요즘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후원자들의 온정이 눈에 띄게 줄면서 무료급식이 언제 중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나눔의 집 담당 수녀는 “얼마 전에 체구가 작은 할머니가 오셨는데 ‘많이 안 드시겠지’라고 생각하고 식판에 반찬을 조금만 담았는데 밥을 넘치도록 퍼가는 모습을 봤다. 할머니에게 점심 한 끼가 하루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였다.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도 줄어들고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나눔의 집의 한 달 운영비는 재료비 등 600만원 정도, 일 년에 최소 7200만원이 든다. 하지만 일반 후원자들의 지원이 줄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폐쇄 직전까지 가는 위기상황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시민과의 데이트’ 행사에서 만난 조규일 시장에게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후 한반도 건설, 진주시복지재단, 진주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 방만혁 회장 등 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진규 사목회장은 “이용자들의 자존심을 위해 200원을 받고 있다. 이 돈을 모아 명절이나 성탄절에 이용자들에게 속옷, 양말 등 선물로 되돌려 줬지만 지금은 이 돈마저 부식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나눔의 집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숙 시의원은 “작년에 정말 위기상황을 겪었다. 나눔의 집은 진주에서 최초로 무료급식을 시작했고 이용하는 인원도 제일 많다”며 “진주시에서 무료급식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고 시의회에서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조명래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나눔의 정신이 진주시민에게 튼튼하게 뿌리내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희성기자